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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산악인 고미영을 죽였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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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연맹작성 2,01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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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산악인 고미영을 추모하며 많은 것을 이와 관련해서 생각하게 하는 글이 있어 퍼왔습니다. 다음은 오늘 다음 아고라에 실린 글입니다.

제목: 그들이 산악인 고미영을 죽였다.

산악인 고미영씨의 사망소식을 접한 날, 하루동안 나는 긴 눈물로 밤을 지샜다. 그러나 그 눈물은 그녀의 죽음에 대한 슬픔의 눈물이라기보다는 그녀의 소속사 코오롱 스포츠와 언론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의 눈물이었다.

"14좌를 올해 안에 끝낸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경쟁을 부추긴 언론이 고미영씨의 사망이후에는 "아름다운 경쟁이었다" 라고 한다. 지금와서 "고귀하고 아름다웠다"고 하는 언론들. 자신들이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 자성과 반성을 하지 않은 채 그들이 토해내는 수 많은 미사여구가 나는 역겹다. 고미영의 사망원인은 절대 "실족으로 인한 추락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언론과 소속사가 그녀를 죽게 만들었음을 이제부터 증명하려고 한다.

8000미터급 14좌. 세계최초로 14좌에 성공한 전설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도 14좌를 완성하는데 16년이라는 긴 세월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살아있다". 메스너는 자신의 저서에서도 14좌에 대한 목표는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었다고 했다.

물론 여성 최초의 14좌 등정은 국가적 자부심이요, 개인의 영광이며, 소속사의 이미지 상승이라는 효과가 있다. 올 초부터 고미영의 소속사인 코오롱 스포츠는 고미영으로 하여금 인간 한계를 초월하는 등정 목표를 세워주었다. 고미영의 고봉등반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한 시즌에 8000 미터급 거봉을 7개 오르고 올 해 안에 14좌를 등정하여 여성최초의 명예를 손에 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것도 남녀 통틀어 세계 최단기간 14좌 등정이라는 엄청난 계획을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한 시즌 4개의 거봉을 등정하고 하산하다 죽음을 맞이했다. 더욱 슬픈 것은 그녀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여성최초 14좌 완등을 위해 올 해 안으로 3개의 거봉을 더 올라야 했다는 것이다.

한 시즌 6개의 거봉 등정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남자 박영석도 해 내지 못한 계획을 여성에게 하도록 한 소속사와 언론이 그녀의 죽음과 정말 무관한 것일까? 고미영의 죽음이 그들과 무관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양심이 없는 사람이거나 산을 모르는 사람이다.

8000 미터 이상의 거봉들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다. 그동안 8000 미터급 거봉들을 오르다 죽어간 수 많은 영혼들, 등정에 성공한 유명 산악인들도 한 시즌 보통 1-2개 계획을 잡으며, 3개 오르면 기록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실패한 경우도 셀 수 없을 정도다. 16년간 14좌를 성공한 메스너도 1년에 한 개씩 성공한 셈이다. 고미영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에서 언론과 소속사가 자유로워질 수 없는 대목이다. 그녀가 신이 아닌 이상 이번 낭가파르밧 등정은 애초부터 미뤘어야 했다. 1년 후면 어떻고 2년 후면 어떤가. 만일 체력을 충분히 비축하고 철저한 계획아래 등정하여 사망했다면 나는 언론과 소속사에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언론은 예전에 엄홍길과 박영석을 경쟁시켰듯, 이번에도 오은선과 고미영을 경쟁상대로 몰아넣고 자극적인 문구로 "누가 먼저 오르나"에 관심을 두었다. 언론의 라이벌 구도가 사랑하는 산악인 선후배의 관계도 서먹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그녀들이 속한 소속사간의 등정경쟁도 점입가경이었다. 한국언론과 소속사는 세계 산악계의 추세인 '등로주의'는 외면하고 '등정주의', 즉 성적에만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고미영은 올 봄 5월 마칼루를 등정하자 마자 하산 후 헬기를 타고 곧장 칸첸중가로 향하였고 등정성공 후 다시 다울라기리, 이번에 죽음을 맞이한 낭가파르밧까지 2개월여의 최단 시간동안 8000미터 거봉 4개를 올랐다. 남녀 통틀어 세계 등반역사상 전무후무한 이 기록을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 즈음에서 12좌에 성공하고 14좌에 2개만을 남겨둔 오스트리아의 여성 산악인 칼텐부르너의 6월 5일자 언론 인터뷰는 지금 한국산악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원문: http://www.spiegel.de/reise/fernweh/0,1518,628415,00.html )

SPIEGEL ONLINE: Kennen Sie auch Ihre anderen Konkurrentinnen Nives Meroi aus Italien und Oh-Eun Sun aus Südkorea, die elf Achttausender bestiegen haben?

슈피겔 온라인: 현재 11개를 오른 당신의 또 다른 경쟁자인 이탈리아의 니베스 메로이와 한국의 오은선씨를 아십니까?

Kaltenbrunner: Mit Nives Meroi verstehe ich mich sehr gut, Sun kenne ich nicht persönlich - aber mit ihrem Besteigungsstil kann ich überhaupt nichts anfangen. Ihr geht es darum, den Gipfel mit allen Mitteln zu schaffen. Da spielt es keine Rolle, ab welcher Höhe sie Sauerstoff nimmt und dass sie unzählige Sherpas hat und Support von ihrem Team, das von unten bis oben Fixseile für sie verlegt. Sie muss nicht mal einen Rucksack tragen, alles ist vorbereitet. Das ist ein sehr fragwürdiger Stil.

칼텐부르너: 메로이씨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은선씨는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데요. 하지만 오은선씨의 등정스타일로는 저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에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등정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도 몇 미터부터 산소를 착용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거예요. 그리고 엄청난 세르파의 고용, 그녀를 위해 아래부터 위까지 고정자일을 깔아 준 소속팀의 지원. 그녀는 베낭 하나도 멜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이것은 매우 의심스런 스타일입니다.

성공한 12좌 모두 알파인 스타일로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칼텐부르너의 입장에서는 한국 여성 산악인의 등정 스타일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산악계가 등정주의, 성적주의에 물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지적했기 때문에 고미영씨의 사망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고미영씨를 좋아했다. 아니, 산악인으로서의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있다. 혹자는 산악인이 산에서 죽었으니 아름답다고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무리한 계획아래 사망한 고미영씨의 소속팀이 만일 14좌 고속등정에 목표를 두지 않고, 하나하나 철저한 계획아래 그녀를 관리했다면 이런 비참한 결과가 나왔을까? 그녀가 분명 무리하지 않고 일년에 한 두개씩,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체력을 확보하고도 사망했다면, 그 사망은 모험과 도전정신의 결과물로 존경받아야 하지만, 이번 고미영씨의 죽음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드러나는 죽음이기 때문에 더 슬픈 것이다.

이제는 제발 고미영씨와 경쟁시켰던 오은선씨만은 죽이지 말자. 그녀를 여성 최초 14좌 완등의 경쟁세계로 내몰아 무리한 계획의 희생양이 되도록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여성 최초 14좌 완등을 위해 죽는 것 보다는, 2등 혹은 3등이라 하더라도 "살아있는" 오은선씨를 보고 싶다.

2009년 7월 13일.
Machapuchare

● 등정 기록



- 2006년 10월 초오유 (8,201m, 6위 봉)

- 2007년 5월 에베레스트(8,848m, 1위 봉)

- 2007년 7월 브로드피크(8,047m, 12위 봉)

- 2007년 10월 시샤팡마(8,027m. 13위 봉)

- 2008년 5월 로체(8,516m. 4위 봉)

- 2008년 8월 K2(8,611m. 2위 봉)

- 2008년 10월 마나슬루(8,163m. 8위 봉)

- 2009년 5월 마칼루(8,463m. 5위 봉)

- 2009년 5월 칸첸중가(8,603m. 3위 봉)

- 2009년 6월 다울라기리(8,167m. 7위 봉)

- 2009년 7월 낭가파르밧(8,126m. 9위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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